무반주 첼로 모음곡(Cello Suite No.1 ~ No.6) BWV 1007 ~ 1012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717년 여름부터 1723년의 봄까지 바흐는 바이마르에서 100킬로쯤 북쪽에 위치한 도시 쾨텐의 궁정 악장으로 있었다. 쾨텐의 궁정에는 17명으로 편성된 궁정악단이 있어서 그는 이 악단의 지휘를 하거나 또는 영주 사실에서의 실내악에 가담하는 등 다망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이 시절의 작품에서는 교회음악을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세속적인 기악곡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비롯하여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등 바하의 기악곡으로서 중요한 작품의 태반이 이 쾨텐시절에 작곡되었다고 추정된다.
그 원인이 궁정 악단의 지휘와 실내악 활동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며, 특히 이 악단의 멤버에 감바 주자인 크리스티안 페르디난드 아베르나 수석 바이올린 주자인 요제프 시피스 등의 명수들이 재적해 있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첼로를 위한 작품에서 성서(보물)라고도 할 수 있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전6곡)은 그의 쾨텐 시절의 작품으로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의 하나다.
이 작품은 1720년 경의 작품이라고 추정된다. 당시 바흐는 쾨텐에서 레오폴트 공작의 궁정 악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이 시기(1717~1723)는 그의 생애를 크게 넷으로 나누어 볼때 아른슈타트 - 뮐하우젠, 바이마르 - 시대에 이른 제3기에 해당한다. 쾨텐시절의 가장 큰 특징은 바흐의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수많은 기악곡들이 집중적으로 작곡되었다는 것이다. 클라비어를 위한 평균율, 쳄발로를 위한 영국 모음곡, 프랑스 모음곡,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등 그의 대표적인 기악곡들이 모두 이 시기의 작품들이다.
이른 루터파가 아니었던 그 곳 궁정의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기악곡에 경도되어 있던 레오폴트 공작의 취향과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바이마르 시절(1708 ~ 1717 ), 오르가니스트로서 연주와 작곡에 열중하면서 새롭게 접했던 이탈리아 기악곡(특히, 비발디 등의 협주곡)의 양식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괴텐시절의 음악적 환경에서 그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하겠다. 또한 바하은 이시기에 기악곡들 가운데서도 특히 무반주 곡의 작곡에 강한 집념을 보였는데, <첼로 모음곡,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플루트 파르티타> 등, 비록 이곡들이 그의 독창적인 양식은 아니라 할지라도 바하에 의해 비로소 하나의 양식으로 확립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선율악기로 반주악기가 따르지 않으면 그 표현이 단조로울 수 밖에 없는데, 바하는 악기가 가지고 있는 온갖 기능을 샅샅이 끄집어 내어 이러한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그 표현 수단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의 무반주 곡들은 곡 자체의 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음악사적으로 뚜렷한 하나의 이정표 구실을 하고 있다.
이 무반주 첼로 조곡보다 30여년 전에 작곡된-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최초의 무반주 첼로곡인 가브리엘리(D.Gabrielli)의 리체르카레(Ricercare,1689), 그리고 약 200년 후에 작곡된 레거, 블로흐, 코다이 등의 무반주 곡들이 음악사에 있어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쉽게 드러난다. 한편, 바하는 이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작곡했던 1700년대 초반은 아직 첼로라는 악기가 선율악기로서의 확고한 대중성을 얻지 못했던 시기였다.
즉, 비올라 다 감바가 선율 악기 역할을 하고 있었고, 첼로는 주로 콘티누오 악기에서 차츰 선율악기로 부상하던 과도기적 시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바이올린과는 달리 무반주 첼로곡에 대한 뚜렷한 모델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바하는 새로운 양식의 창조자라기 보다는 이를 적극 수용하고 종합하여 완성시키는 쪽이었다.
이 곡의 작곡 동기는 모호하다. 다만 쾨텐의 궁정의 감바,첼로 연주자였던 크리스티안 아벨(Christian Abel), 또는 크리스티안 베르나르트 링클리(Christian Bernhard Linglie)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닐 뿐이다. 바하는 프로베르거(Froberger)가 정립시켰던 바로크 모음곡을 이 첼로 모음곡의 형식상의 기본 모델로 삼았다.
즉, 알르망드(또는 알망드; Allemande), 쿠랑트(Courante), 사라반드(Sarabande)와 지그(Gigue)를 중심으로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갈란테리아(Galanteria; 정형화된 고전적인 춤곡들 사이에 비교적 새로운 춤곡을 끼워 넣어서 한 판의 춤에 흥을 돋구는 구실을 함)로 모음곡 1,2번에는 미뉴에트(Minuett)를, 3,4번에는 부레(Bourree)를, 5,6번에는 가보트(Gavotte)를 각각 선하였다. 이 춤곡들은 전,후반으로 나뉘어서 전부 반복된다. 그리고 템포가 느린 사라반드, 갈란테리아 중 미뉴에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린 박으로 시작하여 춤곡으로서의 여유를 준다. 이러한 일련의 춤곡들 앞에는 자유스럽고 즉흥성이 강한 프렐류드(Prelude)를 두어 각 모음곡의 성격을 분명하게 예시해 준다.
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필유린'